‘보이지 않는 손’ ‘보이는 손’ 둘 다 고쳐라
“하와이까지 98%만 가면 태평양 풍덩”
100% 완전경쟁 근접 가정한 시장주의 비판
“절전형 전구로도 전력소모 못줄여”
튀는 사례 제시하며 좌파에도 “더 공부하라”
한겨레 한승동 기자
» 우파는 자본주의가 생물 진화처럼 자연스레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며, 좌파는 자본주의 소멸이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국가에 의해 창조됐으나 살아남았다. 왼쪽부터 카를 마르크스, 애덤 스미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조지프 히스 지음·노시내 옮김/마티·1만6000원

달걀프라이, 스테이크, 베이컨 같은 지방과 단백질만 섭취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완전히 차단하는 식이요법 황제 다이어트. 정말 몸을 날씬하게 만들어줄까? 그렇게 하면 몸이 굶주리고 있다고 착각하고는 저장돼 있는 지방을 분해·연소하게 된다고 한다. 한데, 이론대로 성공하려면 몸이 그런 착각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유도하기 위해선 탄수화물 섭취는 절대 엄금이다. 이 요건을 100% 충족시킬 수 있다면 체중이 엄청 감소한다고 한다. 만일 그 요건을 99%만 충족시키면 어떻게 될까?

»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혁명을 팝니다>라는 책으로 알려진 조지프 히스 캐나다 토론토대학 철학과 교수의 신작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Filthy Lucre: Economics for people who hate capitalism)은 이 얘기를 시카고학파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완전경쟁 신화를 논박하는 도구로 쓴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요건을 99% 충족시켜서는, 말하자면 탄수화물을 조금이라도 섭취했다가는 오히려 엄청난 역효과가 난다. 99% 요건을 충족시켰으니 99%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탄수화물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 몸은 굶주리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자체 저장 지방 분해·연소를 중단한다. 그렇게 되면 다량 섭취한 지방과 단백질 때문에 체중은 오히려 엄청나게 불어난다.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하다.

완전경쟁 시장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완전효율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시장만능주의(신자유주의) 신화가 지닌 허점도 이와 같다. 실험실이 아닌 현실에서 완전경쟁이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완전경쟁을 상정한 시장은 그것을 추구하면 할수록 역효과만 더욱 키우는 셈이 된다.

또 하나의 비유. 미국 본토에 사는 사람이 하와이에 휴가여행을 가고 싶은데 비행기삯이 조금 모자란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 등에 자동차로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워낙 가고 싶은 하와이에 비하면 다른 곳은 만족도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고민하는 그에게 여행사 직원이 제안한다. 비행기삯의 98%쯤 되는 지닌 돈을 주면 그 값에 해당하는 거리만큼만 표를 끊어주겠다. 하와이에 98% 접근하는 게 그래도 50%도 만족할 수 없는 다른 지역 가기보다는 낫지 않으냐?

물론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제안이다. 미국 본토에서 하와이까지 거리의 98% 지점이라면 태평양 한복판이다. 거기서 내리면 98%는커녕 0.1%의 만족도도 건질 수 없다. 인생 자체가 끝장이다. 히스 교수는 완전경쟁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거기에 가능한 한 근접하는 길을 추구하는 것이 다른 선택보다는 낫지 않으냐는 우파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그런 비유로 한 방 먹였다. 좌우파 경제학 모두 외면해온 켈빈 랭커스터와 리처드 립시의 ‘차선이론’을 차용했다.

경제학을 독학한 좌파 철학도 히스는 ‘자본주의는 자연발생적이다’라는 우파의 또다른 명제도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의 약점을 원용해 격파한다. 예컨대 공작새는 수컷이 꼬리가 길고 화려할수록 암컷을 유인하고 번식하는 데 유리하지만, 큰 꼬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뿐 아니라 나는 데도 불리하다. 모든 수컷이 성공한 큰 꼬리의 특정 수컷 모델을 뒤쫓아 진화하게 되면 공작새 전체 종은 결국 절멸하게 될 것이다. 가능한 한 다른 나무들보다 더 높이 자라 햇빛을 많이 차지하려는 나무도 특정의 개별 나무는 그렇게 해서 진화상의 이점을 차지할 수 있겠지만 나무 전체가 그 추세를 따라가면 연약해지고 물과 양분 공급로도 길어져 오히려 무리 전체는 집합적 자멸로 갈 수 있다. 다윈 진화론을 인간 사회에 접목한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을 배경에 깔고 있는 자유경쟁 시장만능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최고 효율을 향한 진화의 무한질주 그 자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도 같은 맥락에서 살핀다.

히스 교수는 이 밖에 인간 행위를 좌우하는 것은 인센티브라고 보는 표준경제이론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오히려 일찍 귀가하는 택시기사들의 사례로 반박하며, 역시 신자유주의·세계화·자유무역의 사도들이 지난 수십년간 읊조려온 ‘국가경쟁력’의 허구(그 전도사인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이름에서 따온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오류’로 명명)를 까발린다. 히스는 우파가 허구한 날 입에 올리는 ‘국가경쟁력’은 기업과 국가의 작동기제를 혼동한 결과이며, 가진 자들이 임금 삭감, 세금 인하, 규제 완화, 환경기준 약화, 안전기준 면제, 노동 유연성 제고 등을 협박하기 위한 무기로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은 이처럼 우파들의 낡은 레퍼토리만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다. 책 2부는 좌파의 오류를 비판한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공정가격’ 운동을 백열등을 절전형 전구로 바꾸거나 전기값을 내린다고 해서 전력 소모가 줄지 않는다는 것,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심리적 이완효과 때문에 휘발유 소비를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것, 옥스팸 같은 사회단체나 더바디숍 같은 기업의 원자재값 올려주기가 과잉생산과 현지 경제 난조를 오히려 심화시킨 예를 들며 비판한다. 또 이윤추구를 ‘정신병’으로 매도하는 데 반대하며, 각국 임금 격차는 생산성 차이 때문이고 성장정책이 그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며 환경 파괴 없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4대강 개발처럼 환경 파괴, 즉 외부효과 비용 증대로 이어지는 아둔한 성장정책을 그는 ‘비용은 빼고 편익만 (계산에) 넣자’ 오류라고 부른다.) 부의 분배나 평등한 임금, 하향평준화식 평등을 강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는 이론도 설파한다.

에스에프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미래도시의 대형 전광판이 여전히 자본주의식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히스는, 그러나 시장과 자본주의를 일단 긍정한다. 그는 우파가 신봉하는 시장만능 자본주의,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를 인류가 종내에는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좌파 이론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2부의 좌파 시각 비판은 “우파들 주장을 깨려면 그런 실효성 없는 ‘안티’ 논리로는 안 되니까, 이렇게 하라”고 코치라도 하는 듯하다. 좌파도 공부 좀 더 하란다. 히스가 옳을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Posted by 상겔스 상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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