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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2015년 4월 1일 인터뷰


선거로 대표를 뽑고 의회로 보낸다. 그것만으로는 민주주의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정당은 방향감각을 상실했으며 포퓰리즘으로 내달린다. 대표되지 않는다고 실망한 유권자는 투표소에서 멀어진다. 위기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선거 이외의 방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프랑스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는 이렇게 역설한다.



질문 : 선진국들에서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줄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치나 민주주의에 대해 더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나요?


로장발롱 : 확실히 투표율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거리로 나서서 시위를 하는 사람은 늘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 : 일본에서도 4년 전의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사람들이 시위나 집회에서 주장을 할 기회가 다시 늘고 있습니다.


로장발롱 : 사람들은 정치의 세계가 사회를 잘 대표하고 있지 않다. 사회로부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말을 전달하려면 투표 이외의 방법도 필요하다고 의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 민주주의라고 하면 곧바로 선거나 의회를 떠올리기 쉽습니다만.


로장발롱 : 프랑스 혁명 무렵의 사전을 보면, ‘민주주의’는 ‘고대의 체제’ 등이라고 되어 있고, 고대 그리스의 도시 등이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직접 민주제를 가리키는 ‘낡은 말’이라고 취급 받았습니다. 원래 혁명기에는 사용되는 것 자체가 드물었습니다. 얘기된 것은 오로지 ‘대의제’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질문 : 그것이 왜 민주주의의 대명사로 된 건가요?


로장발롱 : 당시의 프랑스는 이미 2,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국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이유로 대의제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큰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직접 민주제를 기술적으로 대체하는 구조로서 말입니다. 다만 동시에, 대의제의 선택에는 이런 생각도 있었습니다. 인민 자신이 배움이 없다. 따라서 대표하는 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뛰어난 자들이 아니라면 …. 대의제 안에는 두 가지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즉, 첫째는 대표하는 자는 대표되는 자들과 거의 같아야 한다, 축소판이어야 한다는 동등[동질]의 원칙입니다. 둘째는 대표하는 자들은 교육을 받고 현명한 자들이어야 한다, 이른바 특별한 자들이라는 귀족제적 의미를 지니는 차이의 원칙입니다. 대의제의 역사는 이 둘 사이에서 계속 흔들렸습니다.


질문 : 그래도 나름대로 기능해 왔던 것입니다만, 최근 들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로장발롱 : 정당이 바뀌었어요. 정당이 사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을 때는 대의제가 잘 작동했습니다. 유럽이라고 하면 노동자의 당, 상류계급의 당, 상이들의 당 등이 있으며, 사람들은 이들 정당에 의해 대표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20년 정도 전부터 정당은 사회를 대표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사회가 더 복잡해져서 대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의 개인화. 계층이나 사회집단에 의해 구성되어 있을 때는 대의제는 더 간단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정당이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하는 기관이 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질문 : 무슨 말인가요?


로장발롱 : 의회가 본질을 바꿔버렸습니다. [의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심의의 장소, 사회의 목소리를 듣는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의회는 정부에 대한 지지냐 반대냐가 벌어지는 장소가 됐습니다. 더 이상 큰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장소가 아닌 것입니다. 정당과 사회의 관계가 역전된 것입니다. 이제 정당은 정부에 대해 사회를 대표하기보다는 사회에 대해 정부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사회를 향해서 왜 지지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야당은 왜 비판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사회에는 대표되지 않는다[대표자가 없다]는 감각이 생겨났습니다.


질문 : 저서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에는 목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네요. 그것은 무슨 말인가요?


로장발롱 : 사람들이 목소리를 표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대항-민주주의(contre-democratie)라고 부릅니다.


질문 : 사람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선거 이외의 각종 구조나 수단이군요. 시위, 시민단체의 활동, 신구 미디어, 각조 독립위원회 …. 저서에서 그 적극적인 의미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만, 대항contre라는 말에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마주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요?


로장발롱 : 대항-민주주의는 정부를 견제하거나 감시하거나 비판하는 등의 기능을 담당합니다. 가령, 정책에 대한 항의 시위,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NGO 등이 이것에 해당됩니다. 또 미디어. 정당이 사회를 제대로 대표하고 있을 때보다는, 정당의 역할이 바뀌고 사회가 충분히 대표되고 있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취재에 의해 정부를 견제하는 데 기여하며 정치적 언동을 독해(讀解)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질문 : 사법이나 제3위원회나 독립위원회 같은 조직 등에는 어떤 역할이?


로장발롱 : 대의제는 다수결의 민주주의입니다만, 다수파는 사회의 전부가 아닙니다. 선거에서 기권이 늘고 있는 오늘날에는 특히 다수결 방식 말고도 사회를 대표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가령 프랑스의 (입법의 합헌성의 판단 등을 하는) 헌법평의회가 있습니다. 이것이 대표하는 것은 민의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금의 사회를 창출한 원리를 대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그때의 민의의 대표와는 다릅니다. 또한 독립위원회 등은 공평의 원칙에 의해 사회의 원리를 대표합니다. 정치는 여당과 야당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결말을 짓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공정공평을 요구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 그것은 정부의 텔레비전이어서는 안 됩니다. 다수결 원리에 근거한 대의제 의외의 차원이 있는 것입니다.


질문 : 정부를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역할은 정당도 담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로장발롱 : 그러나 정당은 그 역할을 정략적[政局的]으로만 수행합니다. 시민은 다양한 문제를 개별적으로 논하기를 원하는 데도, 정당은 전부를 모아서 정부를 지지하거나 비판하거나 합니다.


질문 : 대항-민주주의에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가들은 그것을 독점하려 하기 십상입니다. 선택된 것은 우리다,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로장발롱 : 인가되어 얻어진 정당성과 실행해서 얻어진 정당성을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선거에서는 대표로서의 역할을 인정받고 정당성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날마다 증명해야 합니다. (프랑스 제2제정의 황제) 나폴레옹 3세는 보도기관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보도의 자유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기자들은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출된 자들만이 인민의 목소리를 대표하도록 하기 위해 보도의 자유를 폐지하고 싶다.»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겠죠? 인가의 정당성과 실행의 정당성을 혼동한 것입니다. 사회의 목소리는 어쩔 수 없이 다수파의 대표자의 목소리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질문 : 대항-민주주의와 더불어 민주주의는 더 복잡해지지 않습니까?


로장발롱 : 그렇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간단한 구조가 아닙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은 보통선거와 다수결원리로 정치가 간단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꾸로 저는 민주주의가 기능하려면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나는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텔레비전에는 내가 속한 당의 의견을 표명하게 만든다» 등이라고 해도, 시민은 동의하지 않죠.


질문 : 대의제와 대항-민주주의는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로장발롱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선거에서의 투표는 기대한 대로 행동해줄 사람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는 것입니다. 대항-민주주의는 ‘불신’감을 통해, 제도에 일종의 시험을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두 개의 다리로 서 있습니다. 하나는 ‘신뢰’, 다른 하나는 ‘불신’입니다. 전자는 대의제가, 후자는 대항-민주주의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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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물 소개

1948년 블루아(Blois)에서 태어나, 1969년에 고등사범학교(HEC)를 졸업했다. 그 후 곧바로 노동조합 CFDT의 경제고문, 기관지인 CFDT-aujourd’hui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때 사회당과 가까운 입장을 피력, 정치세계에 입문할 것이라고 여겨졌으나, 서른 살을 앞두고 학계로 돌아가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 제3과정 박사논문을 제출(󰡔유토피아적 자본주의󰡕)했다. 이후 파리9대학, 다음으로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가르치면서 연구를 계속했다. 1985년 기조에 관한 논문(󰡔기조의 모멘트󰡕)으로 국가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는 프랑수아 퓌레의 뒤를 이어 「레이몽 아롱 정치 연구 센터」를 주관하고 있다. 이 센터에는 클로드 르포르, 모나 오주프Mona Ozouf, 마르셀 고셰, 피에르 마낭 등이 활동하고 있다. 또 로장발롱은 퓌레 등과 함께 1982년에 「생시몽재단」을 설립했다. 이 설립에는 상-고뱅(Saint-Gobain)의 전임 회장인 로제 포르, 경제학자인 알랭 밍크도 가담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재단은 이른바 ‘싱크탱크’로서 재계와의 관계를 굳건하게 하고, 프랑스에서 새로운 지적 거점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1997년 퓌레가 사망한 탓인지, 생시몽 재단은 1999년에 해산한다. 한편, 로장발롱은 2001년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로 취임했으며, 이후 뒤의 부록에 달려 있듯이, 많은 책을 내고 있다. 연구대상은 프랑스혁명 이후의 정치사상사부터 현대사회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2) 주저 소개

L’Âge de l’autogestion ou la politique au poste de commandement, Le Seuil, coll. « Points politique », 1976.

Le Capitalisme utopique. Histoire de l'idée de marché, Le Seuil, coll. « Sociologie politique », 1979 ; nouvelle édition, Points politique, 1989, sous le titre Le Libéralisme économique ; Histoire de l’idée de marché ; Points essais, 1999, 1ère et 2e édition augmentée.

La Crise de l'État-providence, Le Seuil, 1981, Points politique, 1984 ; Points essais, 1992 ; et nouvelle édition.

Le Moment Guizot, Gallimard, coll. « Bibliothèque des sciences humaines », 1985.

L'état en France de 1789 à nos jours, Le Seuil, coll. « L'Univers historique », 1990 ; Points histoire, 1993 et 1998.

Le Sacre du citoyen. Histoire du suffrage universel en France, Gallimard, coll. « Bibliothèque des histoires », 1992 ; Folio-Histoire, 2001.

La Monarchie impossible. Histoire des Chartes de 1814 et 1830, Fayard, coll. « Histoire des constitutions de la France », 1994.

La nouvelle question sociale. Repenser l'État-providence, Le Seuil, 1995 ; Points essais, 1998 (2 éditions).

Le Peuple introuvable. Histoire de la représentation démocratique en France, Gallimard, coll. « Bibliothèque des histoires », 1998 ; Folio-Histoire, 2002.

La Démocratie inachevée. Histoire de la souveraineté du peuple en France, Gallimard, coll. « Bibliothèque des histoires », 2000 ; Folio-Histoire, 2003.

Pour une histoire conceptuelle du politique, Le Seuil, 2003.

Le modèle politique français. La société civile contre le jacobinisme de 1789 à nos jours, Le Seuil, 2004 ; Points-Histoire, 2006.

La contre-démocratie. La politique à l’âge de la défiance, Seuil, 2006 ; Points-Essais, 2008.

La Légitimité démocratique. Impartialité, réflexivité, proximité, Seuil, 2008 ; Points-Essais, 2010.

La Société des égaux, Seuil, 2011.

Le Parlement des invisibles, «Raconter la vie», Seui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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