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마치 의회주의에서도 민주주의적 자유의 이념이, 그리고 이 이념만이 파탄 없이 표현되기라도 하는 듯한 겉모양을 환기하려고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대표의 의제(擬制)가 도움이 된다. 즉 그것은 의회만이 국민의 대표자이고 국민은 그 의사를 의회에서만, 또 의회에 의해서만 발표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반대로 의회주의 원리는 모든 헌법에서 예외 없이 의원은 그 선거인으로부터 아무런 구속적인 지령을 받아서는 안 되고, 따라서 의회는 그 기능에서 국민과 법률상 독립해 있는 것이라는 규정과 결합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근대 의회는 바로 이 국민에 대한 의회의 독립 선언으로서 처음으로 성립한 것이고, 다 아는 것처럼 의회가 명령적 위임(Imperative Mandate, 선거인단의 지도)에 구속당하여,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던 예전의 신분대표 의회와 명확하게 분리된다. 대표의 의제는 국민주권의 견지에서 합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자유의 원리가 의회주의에 의해 경험하게 되는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침해를 은폐하기 위해 정해진 이 공공연한 의제는, 데모크라시가 명백한 허위 위에 건설되었다는 형편 좋은 논란을 반대자의 손에 부여했다.

― 한스 켈젠, <민주주의의 본질과 가치>

posted by 상겔스 상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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