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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1 : 생명정치와 통치성

노예해방에 숨겨진 링컨의 꿍꿍이 /장정일의 책 속 이슈

by 상겔스 상겔스 2008. 11. 22.

한겨레
» 〈두 개의 미국사〉
장정일의 책 속 이슈 /

〈두 개의 미국사〉
제임스 M. 바더맨 지음·이규성 옮김/심산·1만1000원

1861년 4월, 남부연합의 북부연방 요새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된 미국의 남북전쟁은 4년 간의 내전 끝에 북부군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이 ‘지상의 최고 선’으로 간주되던 시절, 이 전쟁의 목적과 결과를 ‘노예해방’으로 믿는 한국인도 많았지만, 그처럼 순진한 사람은 점차 사라져 간다. 실제로 남북전쟁은 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도 아니었고, 노예해방의 아버지라는 링컨 역시, 연방만 유지된다면 노예제도 따위는 문제 삼지 않을 태세였다.

남부의 경제적 기반이 대농장이었다면, 북부는 상·공업이 발달했다. 남북의 이질적인 경제구조는 자연 환경에 따른 것이지만, 제임스 M. 바더맨의 <두 개의 미국사>(심산, 2004)를 보면 애초부터 두 지역을 차지한 이민자의 성격이 달랐다. 영국은 장자 상속 원칙에 따라 차남 이하는 유산이 없었다. 남부에 정착한 사람들은 토지상속에서 배제된 지주 계층으로, 그들은 남부에 대농장을 짓고 노예를 부리며 고향의 귀족 생활을 재현했다. 반면 북부에 정착한 사람들은 종교적 자유를 찾아온 청교도로, 근면과 자기 절제라는 노동 윤리에 충실했다.

남부 귀족들은 노예 노동으로 얻은 농산물을 영국에 팔았고, 영국산 제품으로 사치를 했다. 연방정부는 북부의 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는데 그것이 남북의 대립을 심화시키면서, 미합중국 헌법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미국 헌법은 연방정부의 통제와 각 주(州)들의 주권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해 놓았다. 그래서 일부 남부 주들은 “어떤 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연방의 결정을 무효화할 권리”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연방으로부터 이탈할 권리까지 각 주에 있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건국 이후 지속된 연방주의자와 분리주의자의 한판 대결이 흑인 노예 문제로 불거진 게 남북전쟁이다. 오로지 분리주의자들에 대항해 연방을 건사하려는 목적에서였지 ‘노예해방’ 전쟁은 링컨의 안중에 없었다. 저 유명한 노예해방선언이 발표된 시점이 전쟁 직전이 아니라, 전쟁이 한창인 1963년 1월1일이었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링컨은 그 선언을 통해 두 가지 전략적 승리를 거두었다. 남부의 흑인들이 대거 북부로 넘어 온 것과, 도덕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의 남부에 대한 지원을 차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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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은 정치·경제·문화 전쟁이면서 종교전쟁이기도 했다. 김형인의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살림, 2003)는 종교적 열정에 의해 만들어진 기독교 근본주의 국가에서, 노예제를 뒷받침한 게 바로 교회였다는 역설을 알려준다. 오늘날의 임금노동처럼 노예제도가 자연스러웠던 시대의 기록이라 성서에는 노예제도를 비난하는 구체적 예증이 적다. 오히려 ‘주인에게 충성해야 하는 종’의 역할을 강조하는 구절들이 심심찮은 편이다. ‘바이블 벨트’로도 불리는 남부 지역의 목사들은 성서에 나오는 문구에 대한 협의적 해석을 통해 노예제를 옹호했다. 그들의 귀엔 신이 하나의 조상만 뒀을 뿐 노예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과 “네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대로 남을 대우하라”는 기독교의 황금률은 들리지 않았다.

장정일 소설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233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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